《달빛을 모으는 아이》
아주 오래전, 산과 산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하루라는 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친구들이 들판에서 뛰어놀 때면 혼자 언덕에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특히 하루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달이었습니다.
초승달이 뜨는 날에는 작은 배 같다고 생각했고,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하늘에 커다란 등불을 켜 놓은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에게는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습니다.
‘달빛을 손으로 잡을 수는 없을까?’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하루는 유리병 하나를 들고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둥근 보름달이 떠 있었습니다.
하루는 병의 뚜껑을 열고 달을 향해 높이 들어 올렸습니다.
“달님, 달빛을 조금만 나눠 주세요.”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병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실망했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작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달빛은 그렇게 모으는 게 아니야.”
하루가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은빛 털을 가진 작은 토끼 한 마리가 바위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네가 말한 거야?”
“그럼 여기 또 누가 있어?”
토끼는 깡충 뛰어 하루 앞에 내려왔습니다.
“나는 달토끼 모루야.”
“정말 달에서 왔어?”
“물론이지.”
하루는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모루는 하루가 들고 있는 빈 유리병을 바라보았습니다.
“달빛을 모으고 싶다고?”
“응. 아주 많이 모아서 방 안에 두고 싶어. 그러면 밤에도 무섭지 않을 테니까.”
모루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나를 따라와.”
두 사람은 달빛이 비치는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한참을 걷자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흑흑…….”
나무 아래에 작은 아기 새 한 마리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둥지에서 떨어졌나 봐!”
하루는 조심스럽게 아기 새를 품에 안았습니다.
그리고 나무 위의 둥지를 찾아 다시 올려주었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하루의 유리병 안에서 작은 빛 하나가 반짝였습니다.
“어?”
쌀알보다 작은 은빛이었습니다.
“모루! 병 안에 빛이 생겼어!”
모루가 웃었습니다.
“첫 번째 달빛이야.”
“하지만 달빛을 받은 적이 없는데?”
“계속 가 보면 알게 될 거야.”
둘은 다시 길을 걸었습니다.
이번에는 냇가에서 길을 잃은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하루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마을로 내려가는 길까지 데려다드렸습니다.
그러자 병 안에 또 하나의 빛이 생겼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자 바람에 쓰러진 꽃을 발견했습니다.
하루는 흙을 모아 꽃을 다시 세워주었습니다.
또 하나의 빛이 생겼습니다.
길 잃은 반딧불이를 친구들에게 데려다주었을 때도,
비를 맞고 있는 고양이에게 자신의 겉옷을 덮어주었을 때도,
병 안에는 작은 달빛이 하나씩 생겨났습니다.
어느새 유리병은 수십 개의 은빛으로 가득했습니다.
마치 작은 별들이 병 속에서 춤추는 것 같았습니다.
하루가 물었습니다.
“모루, 이제 알 것 같아.”
“뭘?”
“이건 하늘에서 떨어진 달빛이 아니지?”
모루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달은 스스로 빛을 만드는 별이 아니야. 다른 곳에서 받은 빛을 세상에 다시 비춰 주지.”
하루는 조용히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모루가 말했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비슷해. 누군가에게 받은 따뜻함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면 새로운 빛이 생겨.”
하루는 빛으로 가득 찬 유리병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휘이이잉—
“앗!”
하루의 손에서 유리병이 미끄러졌습니다.
쨍그랑!
병이 바위에 부딪혀 산산이 깨졌습니다.
모아 두었던 수십 개의 달빛이 밤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안 돼!”
하루는 울먹이며 빛을 붙잡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달빛들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마을 쪽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빛 하나가 길을 잃은 사람의 등불이 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혼자 울고 있는 아이의 창가에 내려앉았습니다.
다른 빛은 어두운 골목을 밝혔고,
또 다른 빛은 추위에 떨던 고양이 곁을 따뜻하게 비추었습니다.
하루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모루가 말했습니다.
“아까워?”
하루는 잠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
“왜?”
“내 방에만 있었으면 나 혼자만 밝았을 거야.”
하루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마을 전체가 밝아졌잖아.”
그 순간 구름이 걷히며 커다란 보름달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환한 달빛이 하루의 얼굴 위로 내려왔습니다.
모루의 몸도 조금씩 은빛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가야 해.”
“달로 돌아가는 거야?”
“응.”
하루는 아쉬웠지만 웃으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모루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모루는 하늘로 떠오르며 말했습니다.
“네가 누군가에게 빛을 나눠주는 날이면 언제든 달을 봐.”
“왜?”
“나도 거기서 보고 있을 테니까.”
모루는 작은 은빛 점이 되어 보름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날 이후 하루는 더 이상 달빛을 유리병에 모으지 않았습니다.
대신 외로운 친구 옆에 앉아주었고,
길에서 만난 작은 생명을 돌보았으며,
슬퍼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넸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루는 밤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달이 평소보다 조금 더 밝게 빛나는 것 같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하루가 어른이 된 뒤에도 그 습관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이야기했습니다.
“이 마을의 달은 다른 곳보다 유난히 밝은 것 같아.”
하지만 하루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습니다.
달빛은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건넨 작은 친절,
외로운 사람에게 내민 손,
그리고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베푼 따뜻한 마음.
그 모든 것이 세상을 밝히는 작은 달빛이었습니다.
그날 밤에도 둥근 달이 마을 위에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아주 자세히 바라보면,
달 한쪽에서 작은 토끼 한 마리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오늘도 달빛 하나를 만들었구나.”
끝
이야기가 전하는 말
빛은 간직할 때보다 나누어 줄 때 더 밝아집니다.
dori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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