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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 마음을 담은 창작동화와 이야기 도리 | 마음을 담은 창작동화와 이야기

3편. 사라진 마을과 달의 기억 지도

doriplus 읽는 시간 약 15분

1. 마당이 절반쯤 사라졌습니다

해솔은 창밖을 바라보다 자신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할아버지와 함께 앉아 있던 마당이 절반쯤 사라져 있었습니다.

땅이 꺼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검은색도,

흰색도,

안개도 아니었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그 공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당 한쪽에 있던 오래된 감나무도 절반만 남아 있었습니다.

해솔은 급하게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사라진 마당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이상하구나.”

“여기 평상이 있었잖아요.”

“평상?”

할아버지는 한참 생각했습니다.

“우리 집에 평상이 있었니?”

해솔의 표정이 굳었습니다.

장소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장소와 관련된 기억도 함께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2. 마을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었습니다

해솔은 마을로 달려갔습니다.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빵집 오른쪽 절반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빵집 주인은 이상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저씨, 여기 테이블 있었잖아요.”

“무슨 테이블?”

학교 앞 버스정류장도 없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여기서 버스 기다렸던 거 기억 안 나?”

모두 고개를 저었습니다.

“원래 없었잖아.”

놀이터에서는 그네 하나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네를 타던 아이들조차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해솔은 주머니에서 나침반을 꺼냈습니다.

바늘은 계속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마을 뒤편 산.

그리고 그 위로 어젯밤 보았던 표지판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잊혀진 장소 보관소 →’

3.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해솔은 다온을 찾아갔습니다.

다행히 다온은 아직 대부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마당 평상 기억하지?”

“당연하지.”

“학교 앞 버스정류장은?”

“파란색 지붕 있는 거?”

해솔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너는 기억하고 있구나.”

다온이 물었습니다.

“왜?”

해솔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설명했습니다.

그때 다온의 표정이 갑자기 이상해졌습니다.

“잠깐.”

“왜?”

“놀이터에 뭐가 있었지?”

“그네.”

“아… 맞다.”

다온도 조금씩 잊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해솔은 깨달았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두 아이는 나침반을 따라 산으로 향했습니다.

4. 세상에서 사라진 장소가 모이는 곳

산길 끝에는 오래된 돌문이 있었습니다.

문 위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잊혀진 장소 보관소.’

그 아래에는 작은 문장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장소를 보관합니다.’

해솔이 문을 열었습니다.

눈앞에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공간에 수많은 장소가 떠 있었습니다.

낡은 놀이터.

오래된 기차역.

문을 닫은 작은 극장.

산속의 폐교.

골목 끝 구멍가게.

누군가 살았던 작은 집.

이제는 사라진 나무 한 그루까지.

모두 투명한 유리 상자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다온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없어진 곳들이야?”

뒤에서 누군가 대답했습니다.

“정확히는 세상이 잊어버린 곳들이지.”

5. 장소를 수집하는 아이

두 아이가 돌아보았습니다.

커다란 가방을 멘 소년이 서 있었습니다.

소년의 옷에는 수백 개의 작은 주머니가 달려 있었습니다.

각 주머니에는 흙이나 모래, 나뭇잎 같은 것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나는 온길이야.”

“여기서 뭐 하는데?”

“사라지는 장소를 데려와.”

해솔이 놀랐습니다.

“그럼 우리 마을도 네가 가져간 거야?”

온길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나는 사라지기 직전의 장소를 보관할 뿐이야.”

“왜 장소들이 사라지는데?”

온길은 유리 상자 하나를 가리켰습니다.

그 안에는 오래된 운동장이 있었습니다.

“저곳을 기억하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어.”

옆 상자에는 작은 우물이 있었습니다.

“저 우물은 사람들이 새로운 길을 만들면서 아무도 찾지 않게 되었고.”

또 다른 상자에는 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저 나무 아래에서 수많은 사람이 쉬었지만 이제 아무도 그 나무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해.”

온길이 말했습니다.

“장소도 완전히 잊히면 길을 잃어버려.”

6. 기억은 장소의 주소였습니다

해솔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장소가 어떻게 길을 잃어요? 움직이지도 않는데.”

온길은 작은 지도를 펼쳤습니다.

지도에는 산과 강, 마을이 없었습니다.

대신 수많은 빛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장소에는 두 개의 주소가 있어.”

“두 개요?”

“하나는 지도에 적힌 주소.”

온길이 빛 하나를 가리켰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의 기억 속 주소.”

다온이 물었습니다.

“기억 속 주소가 없어지면요?”

“장소는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 잊게 돼.”

해솔은 사라져가는 마당을 떠올렸습니다.

할아버지와 달을 기다렸던 곳.

별의 씨앗을 바라봤던 곳.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밤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던 곳.

그 마당에는 해솔의 기억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기억하고 있어요.”

온길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래서 이상한 거야.”

7. 누군가 기억을 지우고 있었습니다

온길은 두 아이를 보관소 가장 깊은 곳으로 데려갔습니다.

그곳에는 거대한 지도가 있었습니다.

지도 가운데 해솔의 마을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검은 얼룩 하나가 마을을 천천히 덮고 있었습니다.

“이건 자연스럽게 잊힌 게 아니야.”

“그럼요?”

“누군가 일부러 장소의 기억을 지우고 있어.”

그 순간 지도 위에서 작은 빛 하나가 꺼졌습니다.

다온이 외쳤습니다.

“저기!”

학교 운동장이었습니다.

빛이 꺼지는 순간 지도에서도 운동장이 사라졌습니다.

해솔이 물었습니다.

“누가 이런 일을 하는데?”

온길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직 몰라.”

그런데 그때 해솔의 나침반이 움직였습니다.

바늘은 보관소 가장 깊은 곳을 가리켰습니다.

8. 아무도 열어본 적 없는 상자

세 아이는 나침반을 따라갔습니다.

가장 안쪽에는 다른 유리 상자보다 훨씬 큰 상자 하나가 있었습니다.

천이 덮여 있었습니다.

온길이 말했습니다.

“이건 건드리면 안 돼.”

“왜?”

“나도 안에 뭐가 있는지 몰라.”

해솔이 천을 걷었습니다.

세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유리 상자 안에는 마을 하나 전체가 들어 있었습니다.

집도 있었고,

학교도 있었고,

논과 밭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상자 앞에는 작은 이름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름을 잃어버린 마을.’

다온이 물었습니다.

“마을 이름이 뭐였는데?”

온길이 대답했습니다.

“아무도 몰라.”

“기록에도 없어?”

“모든 기록에서 사라졌어.”

9. 마을에서 발견한 한 사람

해솔이 유리 상자에 손을 올렸습니다.

순간 나침반에서 빛이 났습니다.

유리벽에 작은 문이 나타났습니다.

찰칵.

문이 열렸습니다.

세 아이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마을은 이상할 정도로 깨끗했습니다.

방금 전까지 사람이 살았던 것처럼 빨래가 걸려 있었습니다.

식탁에는 음식도 놓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만 없었습니다.

“누구 없어요?”

해솔이 외쳤습니다.

대답은 없었습니다.

그때 골목 끝에서 무언가 움직였습니다.

작은 여자아이가 서 있었습니다.

해솔이 달려갔습니다.

“너 여기 살았어?”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름이 뭐야?”

아이는 입을 열었다가 멈췄습니다.

“모르겠어.”

“마을 이름은?”

“그것도… 모르겠어.”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10. 사라진 기억의 흔적

아이의 주머니에는 작은 사진 한 장이 있었습니다.

사진에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서 있었습니다.

뒤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사진 아래에는 글씨가 적혀 있었지만 일부가 지워져 있었습니다.

‘○○마을 마지막 여름 축제.’

해솔이 사진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사람이 한 명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 뒤쪽에 검은 우산을 든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온길의 표정이 굳었습니다.

“이 사람….”

“알아?”

“다른 장소에서도 봤어.”

온길은 가방에서 오래된 사진 몇 장을 꺼냈습니다.

사라진 기차역.

폐교.

오래된 극장.

사진마다 같은 검은 우산을 든 사람이 있었습니다.

해솔이 물었습니다.

“이 사람이 장소를 지우는 거야?”

온길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11. 장소를 되돌리는 단 하나의 방법

갑자기 마을 전체가 흔들렸습니다.

건물들이 투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온길이 외쳤습니다.

“완전히 사라지려는 거야!”

해솔이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해?”

“기억을 되찾아야 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때 해솔은 사진 속 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마을 중앙에도 같은 나무가 있었습니다.

해솔은 나무 아래로 달려갔습니다.

나무껍질에는 수백 개의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키를 표시한 선.

누군가 새긴 이름.

작은 하트.

그리고 이런 문장도 있었습니다.

‘내년에 여기서 다시 만나자.’

해솔은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의 기억은 사라졌지만 장소에는 아직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장소가 기억하고 있어!”

세 아이는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벽에 남은 낙서.

운동장의 발자국.

문틀에 표시된 아이의 키.

오래된 우편함 속 편지.

모두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이었습니다.

12. 달의 기억 지도

흔적을 하나 발견할 때마다 해솔의 나침반에서 빛이 나왔습니다.

빛들은 하늘로 올라가 하나의 지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지도는 아니었습니다.

길 대신 기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처음 자전거를 탄 골목.’

‘할머니와 함께 걸었던 길.’

‘친구와 화해했던 나무.’

‘마지막 여름 축제가 열렸던 광장.’

온길이 놀라 말했습니다.

“달의 기억 지도야.”

“그게 뭐야?”

“장소의 진짜 주소를 기록하는 지도.”

기억 지도가 완성되자 마을의 건물들이 다시 선명해졌습니다.

그리고 작은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떠올렸습니다.

“새봄.”

아이가 말했습니다.

“내 이름… 새봄이야.”

그 순간 사진에 지워졌던 글자도 조금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마을 이름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13. 검은 우산을 든 사람

세 아이가 보관소로 돌아왔을 때였습니다.

멀리 복도 끝에서 누군가 서 있었습니다.

검은 우산을 든 사람이었습니다.

해솔이 외쳤습니다.

“거기 서!”

사람은 천천히 돌아섰습니다.

얼굴은 여전히 우산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왜 장소들을 지우는 거예요?”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는 지우는 게 아니야.”

“그럼요?”

“돌려놓는 거지.”

해솔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디로요?”

검은 우산을 든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사람이 오기 전의 세상으로.”

그 순간 보관소의 모든 불이 꺼졌습니다.

다시 불이 켜졌을 때 검은 우산의 사람은 사라져 있었습니다.

대신 바닥에 작은 종이 한 장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해솔이 종이를 주웠습니다.

지도였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지도와 달랐습니다.

도로도 없었습니다.

마을도 없었습니다.

학교도 도시도 없었습니다.

산과 강, 숲만 있었습니다.

지도 위에는 붉은 점 하나가 깜빡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사라질 도시.’

다온이 조용히 물었습니다.

“설마… 도시 전체를 없애려는 건 아니겠지?”

해솔의 나침반이 갑자기 빠르게 돌기 시작했습니다.

바늘이 멈췄습니다.

붉은 점과 정확히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14.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의 밤

해솔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당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평상도 있었습니다.

감나무도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평상에 앉아 달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해솔아.”

“네?”

“오늘은 같이 앉아 있을래?”

해솔은 할아버지 옆에 앉았습니다.

아무 말 없이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예전에는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마당이 오늘은 다르게 보였습니다.

언젠가 집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나무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마을의 모습도 변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함께했던 순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해솔은 주머니에서 달의 기억 지도를 꺼냈습니다.

지도 한쪽에 작은 빛 하나가 생겼습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달을 바라본 마당.’

해솔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지도 반대편에서 수천 개의 불빛이 동시에 꺼졌습니다.

해솔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습니다.

하나의 마을이 아니었습니다.

커다란 도시 전체의 기억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멀리 산 너머에서 검은 우산 하나가 천천히 펼쳐졌습니다.

이번에는 작은 장소를 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해솔은 나침반을 바라보았습니다.

바늘은 이미 다음 목적지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기억을 잃기 시작한 도시.

해솔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 도시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달의 세계에 관한 가장 오래된 비밀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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