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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 마음을 담은 창작동화와 이야기 도리 | 마음을 담은 창작동화와 이야기

6.시간을 잃어버린 마을과 달의 시계공

doriplus 읽는 시간 약 12분

1. 멈춰버린 아침

해솔이 달의 비밀 도서관에서 돌아온 다음 날이었습니다.

아침 햇살이 창문 사이로 들어왔지만 이상하게도 마을은 너무 조용했습니다.

닭은 울려고 부리를 벌린 채 멈춰 있었습니다.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던 물방울도 공중에 그대로 떠 있었습니다.

골목을 달리던 고양이는 앞발 하나를 든 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

해솔이 방문을 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식탁에서 찻잔을 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찻잔에서 올라오던 김마저 공중에 멈춰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해솔이 달려갔습니다.

그때 주머니 속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째깍.

해솔은 유리 시계를 꺼냈습니다.

달의 비밀 도서관에서 발견했던 바로 그 시계였습니다.

숫자도 없고 바늘도 하나뿐인 이상한 시계.

그런데 어젯밤까지 움직이지 않던 바늘이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째깍.

째깍.

그리고 시계 뒷면의 문장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누군가 마을의 시간을 가져갔습니다.’

2.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단 세 명

해솔은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누구 없어요?”

대답은 없었습니다.

빵집 아저씨도,

학교로 가던 아이들도,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도 모두 멈춰 있었습니다.

그때 골목 끝에서 무언가 움직였습니다.

“해솔아!”

익숙한 목소리였습니다.

달빛 정원에서 별을 심었던 다온이었습니다.

다온의 손에는 남색 잎사귀 하나가 들려 있었습니다.

“너도 움직일 수 있어?”

“응. 그런데 사람들이 전부 멈췄어.”

두 아이가 마을 중앙으로 달려가자 또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푸른색 가방을 멘 우체부였습니다.

달의 우체국에서 내려온 모아였습니다.

모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커졌구나.”

해솔이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요?”

모아는 하늘을 가리켰습니다.

“저걸 봐.”

마을의 시계탑이 보였습니다.

시계의 두 바늘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3. 시간을 훔쳐가는 그림자

세 사람은 시계탑으로 향했습니다.

문을 열자 내부에는 수백 개의 톱니바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톱니바퀴가 멈춰 있었습니다.

가장 안쪽 벽에는 검은 자국 하나가 남아 있었습니다.

다온이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발자국 같은데?”

모아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시간 그림자야.”

“시간에도 그림자가 있어요?”

“사람이 버린 시간들이 모이면 생긴다고 들었어.”

해솔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시간을 어떻게 버려요?”

모아가 대답했습니다.

“하고 싶었지만 계속 미뤘던 일.”

검은 자국 하나가 움직였습니다.

“전하고 싶었지만 결국 하지 못한 말.”

또 하나의 그림자가 벽을 지나갔습니다.

“함께하고 싶었지만 다음으로 미뤄버린 순간.”

벽 전체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시계탑 꼭대기에서 종소리가 들렸습니다.

뎅—

그리고 검은 그림자가 창문 밖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잡아!”

세 사람은 그림자를 뒤쫓았습니다.

4. 지도에도 없는 시계 가게

그림자는 마을을 벗어나 산으로 향했습니다.

세 사람이 한참을 따라가자 절벽 아래에서 작은 가게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문 위에는 낡은 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달의 시계공’

창문 안에는 수백 개의 시계가 있었습니다.

거꾸로 가는 시계.

바늘이 열세 개인 시계.

어제만 가리키는 시계.

아무 숫자도 없는 시계.

해솔이 문을 열었습니다.

딸랑.

가게 안쪽에서 망치 소리가 들렸습니다.

똑.

똑.

똑.

작업대 앞에는 긴 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노인이 앉아 있었습니다.

“늦었구나.”

노인이 말했습니다.

해솔이 물었습니다.

“저희가 올 줄 알았어요?”

“시계를 가지고 있는 아이가 올 줄은 알았지.”

노인은 해솔의 손에 들린 유리 시계를 바라보았습니다.

“오랜만이구나.”

해솔은 시계를 감싸 쥐었습니다.

“이 시계를 아세요?”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내가 만들었으니까.”

5.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는 시계

노인의 이름은 시온이었습니다.

오래전 달에서 시간을 고치던 시계공이었습니다.

해솔이 유리 시계를 내밀었습니다.

“여기에 ‘잃어버린 시간만 되돌려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어요.”

“맞아.”

“그러면 마을의 시간도 되돌릴 수 있죠?”

하지만 시온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 시계는 그런 물건이 아니야.”

“그럼 무슨 시간을 되돌려요?”

시온은 작업대 서랍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습니다.

상자 안에는 수많은 모래알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래알마다 작은 장면이 보였습니다.

아버지와 놀고 싶었지만 다음으로 미뤘던 아이.

딸에게 전화하려다가 내일 해야겠다고 생각한 어머니.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려다가 결국 보내지 못한 편지.

해솔이 물었습니다.

“이게 전부 뭐예요?”

“사람들이 잃어버린 시간.”

“되돌릴 수 있어요?”

시온이 대답했습니다.

“한 번뿐이라면.”

6. 딱 한 번 돌아갈 수 있다면

시온은 세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너희에게 과거로 돌아갈 기회를 한 번 준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니?”

다온이 가장 먼저 생각했습니다.

할머니에게 화를 냈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그날로 돌아가면 처음부터 화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모아는 오래전 배달하지 못했던 꿈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조금만 일찍 발견했더라면 누군가의 기다림이 그렇게 길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해솔도 생각했습니다.

후회되는 순간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돌아가 바꾸고 싶은 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솔은 유리 시계를 바라보다 물었습니다.

“과거를 바꾸면 지금도 바뀌나요?”

시온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당연하지.”

“그러면 지금 알고 있는 것도 없어질 수 있겠네요?”

시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해솔은 시계를 내려놓았습니다.

“저는 안 돌아갈래요.”

다온이 놀랐습니다.

“왜?”

“다시 잘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지금 하면 되잖아.”

시온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7. 시간을 훔친 범인의 정체

그 순간 가게 밖에서 거대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쿠우웅!

검은 그림자가 산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시간 그림자였습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괴물처럼 무서운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림자 안에서는 수많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다음에 하지.’

‘내일 전화해야지.’

‘나중에 말하면 되겠지.’

‘언젠가 같이 가자.’

‘시간이 생기면 해야지.’

모두 사람들이 미뤄두었던 말이었습니다.

해솔은 깨달았습니다.

“저 그림자가 시간을 훔친 게 아니에요.”

시온이 물었습니다.

“그럼?”

“우리가 버린 시간을 가져간 거예요.”

시간 그림자는 처음부터 시간을 훔치는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고 흘려보낸 시간들을 모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시간이 쌓였습니다.

결국 그림자가 감당하지 못하면서 마을의 시간까지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8. 시간을 돌려놓는 방법

시온은 거대한 시계를 꺼냈습니다.

“마을의 시간을 돌려놓으려면 그림자 속에 쌓인 시간을 비워야 해.”

다온이 물었습니다.

“어떻게요?”

“주인에게 돌려줘야지.”

세 사람은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해솔이 유리 시계를 시계탑 중앙에 놓았습니다.

다온은 달빛 정원에서 가져온 남색 잎사귀를 그 위에 올렸습니다.

모아는 우체국 가방에서 작은 은빛 봉투들을 꺼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온이 시계태엽을 돌렸습니다.

철컥.

유리 시계에서 빛이 퍼졌습니다.

시간 그림자 속에서 작은 빛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수천 개의 빛이 마을 곳곳으로 날아갔습니다.

각각 원래 주인을 찾아갔습니다.

9.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세상

첫 번째 빛이 한 남자에게 들어갔습니다.

남자는 멈춰 있던 휴대전화를 바라보았습니다.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두 번째 빛은 학교 앞에 있던 아이에게 들어갔습니다.

아이는 친구에게 달려갔습니다.

“어제 내가 한 말 미안해.”

세 번째 빛은 할아버지에게 돌아갔습니다.

할아버지는 찻잔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마당으로 돌아온 해솔을 발견했습니다.

“어디 갔다 왔니?”

해솔은 할아버지에게 달려가 안겼습니다.

“잠깐 시간을 찾으러요.”

할아버지가 웃었습니다.

“찾았어?”

해솔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그런데 다시 잃어버리지 않으려고요.”

그 순간 마을 시계탑의 바늘이 돌아왔습니다.

뎅—

종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 퍼졌습니다.

10.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시계

모든 일이 끝난 뒤 해솔은 시온에게 유리 시계를 돌려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온은 받지 않았습니다.

“네가 가지고 있으렴.”

“저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건데요?”

“그래서 네가 가지고 있어야 해.”

해솔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시온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안전하게 지킬 수 있거든.”

“이 시계가 비싼 건가요?”

시온은 잠시 생각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시계일지도 모르지.”

“금으로 만들지도 않았는데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걸 담고 있으니까.”

해솔은 시계를 바라보았습니다.

“뭘요?”

시온이 대답했습니다.

“지나간 시간.”

11. 열세 번째 시각

그날 밤 해솔은 유리 시계를 책상 위에 놓았습니다.

평범한 하루가 다시 시작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자정이 되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째깍.

시계에 없던 숫자가 하나 나타났습니다.

13

해솔은 눈을 비볐습니다.

시계는 분명 열두 시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늘은 존재하지 않아야 할 열세 번째 숫자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방문 아래로 은빛 봉투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달의 우체국에서 사용하는 봉투였습니다.

해솔이 봉투를 열었습니다.

안에는 모아의 글씨로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해솔아, 오늘 밤에는 잠들면 안 돼.’

그 아래에는 처음 보는 문장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하루에는 원래 열세 번째 시간이 있었어.’

해솔이 창문을 바라보았습니다.

마을의 모든 불빛이 동시에 꺼졌습니다.

별도 하나씩 사라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달마저 빛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멀리 시계탑 위에는 작은 문 하나가 나타나 있었습니다.

문 위에는 숫자 13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째깍.

유리 시계의 바늘이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한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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