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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 마음을 담은 창작동화와 이야기 도리 | 마음을 담은 창작동화와 이야기

1.달빛을 꿰매는 아이

doriplus 읽는 시간 약 8분

1. 달에 생긴 작은 구멍

산과 산 사이에 아주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밤이 되면 가장 먼저 창문을 여는 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하루였습니다.

하루는 잠들기 전이면 언제나 창가에 앉아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초승달이 뜨는 날에는 달이 웃는 입처럼 보였고,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누군가 밤하늘에 커다란 등불을 걸어놓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늦은 밤이었습니다.

하루는 평소와 다른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 저게 뭐지?”

달 한가운데에 아주 작은 검은 점이 보였습니다.

구름인가 싶어 한참을 기다렸지만 검은 점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밤에도, 그다음 날 밤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히려 검은 점은 조금씩 커지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달에 구멍이 난 것 같아.”

어른들은 웃었습니다.

“달에 어떻게 구멍이 나겠니?”

하지만 하루의 눈에는 분명히 보였습니다.

달빛이 아주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2. 창문을 두드린 은빛 새

며칠 뒤, 하루가 잠들려고 이불을 덮었을 때였습니다.

톡.

톡톡.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창문을 열자 손바닥만 한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습니다.

새의 깃털은 눈처럼 하얗고 날개 끝은 달빛처럼 은색으로 반짝였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루야, 시간이 없어.”

새가 말을 한 것입니다.

하루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습니다.

“네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매일 달을 바라보는 아이의 이름을 달이 모를 리 없잖아.”

은빛 새는 날개를 펼쳤습니다.

“달의 옷이 찢어졌어. 그대로 두면 밤마다 달빛이 빠져나갈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새는 부리에 물고 있던 작은 실패 하나를 하루에게 건넸습니다.

실패에는 가느다란 은빛 실이 감겨 있었습니다.

“누군가 달빛을 꿰매야 해.”

하루는 은빛 실을 바라보다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나야?”

새는 잠시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달이 아픈 걸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이 너였으니까.”

3. 달로 올라가는 사다리

은빛 새가 창밖으로 날아오르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새가 지나간 자리마다 작은 별들이 하나씩 나타났습니다.

별들은 서로 이어지더니 기다란 사다리가 되었습니다.

사다리의 끝은 달까지 닿아 있었습니다.

하루는 은빛 실과 바늘을 주머니에 넣고 첫 번째 계단을 밟았습니다.

한 걸음.

두 걸음.

집들이 작아졌습니다.

세 걸음.

네 걸음.

산이 손바닥만 해졌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자 구름이 하루의 발밑을 지나갔습니다.

무서워진 하루가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마을은 이제 작은 반딧불처럼 보였습니다.

“못 올라가겠어.”

하루가 사다리를 꼭 붙잡았습니다.

그러자 앞서 날아가던 은빛 새가 돌아왔습니다.

“아래를 보지 마.”

“그럼 어디를 봐?”

새가 날개로 위를 가리켰습니다.

“네가 가려고 했던 곳.”

하루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커다란 달이 바로 앞에 떠 있었습니다.

하루는 다시 한 계단씩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4. 달빛은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마침내 달에 도착한 하루는 깜짝 놀랐습니다.

멀리서 보았던 달은 매끄러운 공처럼 보였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수많은 조각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어떤 조각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어떤 조각에서는 누군가의 자장가가 흘러나왔습니다.

따뜻한 밥 냄새가 나는 조각도 있었고 오래된 편지 냄새가 나는 조각도 있었습니다.

“이게 모두 뭐야?”

하루가 묻자 은빛 새가 대답했습니다.

“사람들이 하루 동안 마음속에 간직했던 따뜻한 기억들이야.”

“그럼 달빛은 햇빛처럼 밝은 빛이 아니야?”

“달빛에는 여러 가지가 섞여 있어.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 보고 싶은 마음,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 같은 것들 말이야.”

하루는 그제야 달의 구멍을 발견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구멍 사이로 은빛 가루가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바늘에 실을 끼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당겨도 찢어진 달의 가장자리가 붙지 않았습니다.

“왜 안 되지?”

은빛 새가 말했습니다.

“달은 천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니까.”

“그럼 어떻게 꿰매?”

“실에 기억 하나를 걸어야 해.”

하루는 당황했습니다.

“어떤 기억?”

“네가 가장 아끼는 기억.”

5. 가장 소중한 기억

하루는 한참 동안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오래전 할머니와 함께 보았던 보름달을 떠올렸습니다.

그날 할머니는 마당 평상에 앉아 하루에게 말했습니다.

“사람은 가끔 혼자라고 생각할 때가 있단다.”

“정말 혼자면 어떡해?”

어린 하루가 묻자 할머니는 달을 가리켰습니다.

“그럴 때는 달을 보렴. 너처럼 달을 보고 있는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테니까.”

하루가 가장 좋아했던 기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억을 실에 걸면 다시는 떠올리지 못할지도 몰랐습니다.

하루는 망설였습니다.

달에서는 계속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습니다.

결국 하루는 눈을 감았습니다.

“가져가도 좋아.”

은빛 실 끝에서 작은 빛이 피어났습니다.

할머니와 함께했던 그날 밤의 기억이었습니다.

하루는 바늘을 움직였습니다.

한 땀.

또 한 땀.

찢어졌던 달이 조금씩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한 땀을 꿰매자 달 전체가 환하게 빛났습니다.

어두웠던 밤하늘에도 다시 은은한 달빛이 퍼졌습니다.

6. 사라지지 않은 것

모든 일이 끝나자 은빛 새가 하루를 집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하루는 침대에서 눈을 떴습니다.

어젯밤 일이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주머니를 확인했지만 은빛 실도 바늘도 없었습니다.

그날 밤 하루는 다시 창문을 열었습니다.

둥근 달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늘에 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달을 바라보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이 달을 바라봤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누구였는지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때 달 한쪽에서 아주 작은 빛 하나가 반짝였습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혼자라고 생각되는 날에는 달을 보렴.’

하루는 이유도 모른 채 미소를 지었습니다.

기억은 사라졌지만 그때 느꼈던 따뜻함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7. 지금도 달에는 작은 실밥이 있다

그날 이후 하루는 매일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도, 구름이 가득한 날에도 말입니다.

사람들은 물었습니다.

“달도 안 보이는데 뭘 보고 있니?”

그러면 하루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안 보인다고 없는 건 아니니까요.”

세월이 지나 하루도 어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여전히 창문을 열어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 보름달이 유난히 밝게 빛나는 밤이면 달 한쪽에서 가느다란 은빛 선이 보였습니다.

아무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달 표면의 무늬라고 했고, 마을 사람들은 구름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하루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오래전 누군가가 달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정성스럽게 꿰매놓은 작은 실밥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달빛 속에도 누군가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던 따뜻한 기억 하나가 섞여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오늘 밤 달이 보인다면 잠시 바라보세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달을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테니까요.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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