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의 우체국과 배달되지 못한 꿈
1. 아무도 모르는 새벽의 우체국
사람들이 모두 잠든 새벽 세 시가 되면 달에는 작은 우체국 하나가 문을 엽니다.
간판도 없고 주소도 없습니다.
창문은 하나뿐이고, 굴뚝에서는 밤마다 은빛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그곳의 이름은 달의 우체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배달하는 것은 편지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잠든 사이 만들어낸 꿈을 배달하는 곳이었습니다.
우체국 안에는 수천 개의 작은 유리병이 선반마다 빼곡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어떤 병에서는 바닷소리가 들렸고, 어떤 병에서는 갓 구운 빵 냄새가 났습니다.
손바닥만 한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병도 있었습니다.
병마다 작은 이름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는 꿈.’
‘돌아가신 할머니와 다시 만나는 꿈.’
‘하늘을 나는 꿈.’
‘아무 걱정 없이 웃는 꿈.’
사람들이 아침에 눈을 뜨며 말하는 이상한 꿈들은 사실 이곳에서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관리하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었습니다.
이름은 모아.
달에서 가장 오래된 우체부였습니다.
2. 주인을 잃어버린 파란 병
어느 날 모아가 배달할 꿈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딸랑.
선반 가장 안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모아가 고개를 돌렸습니다.
“이상하다. 저런 병이 있었나?”
먼지가 내려앉은 선반 끝에 작은 파란색 병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이름표는 없었습니다.
주소도 없었습니다.
병을 들어 올리자 안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기다릴게.”
모아는 병을 귀에 가까이 가져갔습니다.
다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꼭 돌아와.”
누군가를 기다리는 아이의 목소리였습니다.
모아는 오래된 배달 장부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파란 병에 대한 기록은 없었습니다.
“주소를 잃어버린 꿈이라니….”
달의 우체국에서 주소 없는 꿈은 배달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었습니다.
모든 꿈에는 반드시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3. 지구로 내려간 달의 우체부
모아는 파란 병을 가방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열지 않았던 우체국 뒤편의 문을 열었습니다.
끼이익.
문 너머에는 계단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단은 아래로 향하지 않았습니다.
밤하늘을 가로질러 지구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모아가 첫 번째 계단을 밟자 달빛이 발밑에서 작은 파문처럼 번졌습니다.
한 계단.
두 계단.
별들이 곁을 지나갔습니다.
조금 더 내려가자 구름이 나타났습니다.
마지막 계단을 밟았을 때 모아는 어느 작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새벽 네 시였습니다.
모든 집이 잠들어 있었지만 단 한 곳만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작은 창문 앞에 한 아이가 앉아 있었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은호였습니다.
모아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방 속 파란 병이 아주 작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4. 꿈을 꾸지 않는 아이
모아는 창문을 가볍게 두드렸습니다.
톡톡.
은호가 깜짝 놀라 창문을 열었습니다.
“누구세요?”
“우체부란다.”
“이 시간에요?”
“내가 배달하는 건 낮에는 받을 수 없거든.”
모아는 파란 병을 꺼냈습니다.
병이 은호 가까이 다가가자 안에서 파란빛이 피어올랐습니다.
“이걸 본 적 있니?”
은호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처음 봐요.”
하지만 표정은 이상했습니다.
눈은 병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모아가 물었습니다.
“요즘 꿈을 꾸니?”
은호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언제부터?”
“잘 모르겠어요.”
사실 은호에게는 꿈을 꾸지 않게 된 이유가 있었습니다.
오래전 은호에게는 형이 있었습니다.
형은 먼 도시로 떠나기 전 어린 은호에게 약속했습니다.
“금방 돌아올게.”
은호는 매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어도 형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매일 형이 돌아오는 꿈을 꾸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은호는 그 꿈을 꾸는 것조차 싫어졌습니다.
꿈에서 형을 만나면 아침마다 다시 헤어져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은호는 마음속으로 말했습니다.
‘이제 아무 꿈도 꾸지 않을 거야.’
그날 이후 정말로 꿈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5. 병 속에 들어 있던 것
모아는 파란 병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제야 알 것 같았습니다.
“이 꿈은 네 것이구나.”
은호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필요 없어요.”
“열어보지도 않았잖니.”
“알 것 같아요.”
은호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형이 돌아오는 꿈이죠?”
모아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은호는 창문을 닫으려고 했습니다.
그 순간 파란 병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기다릴게.”
은호의 손이 멈췄습니다.
그것은 형의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 자신의 목소리였습니다.
은호는 천천히 병을 받아 들었습니다.
뚜껑을 열었습니다.
파란빛이 방 안으로 퍼졌습니다.
그리고 작은 장면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어린 은호와 형이 강가에 앉아 종이배를 띄우고 있었습니다.
형이 말했습니다.
“멀리 떠내려가도 종이배는 강을 잊지 않는대.”
어린 은호가 물었습니다.
“왜?”
“처음 출발했던 곳이니까.”
그 순간 은호는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형은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확히는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금방 돌아오고 싶지만 오래 걸릴 수도 있어. 그래도 네가 내 동생인 건 변하지 않아.”
어린 은호는 뒷부분을 듣지 못했습니다.
‘금방 돌아올게.’
자신이 듣고 싶었던 말만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6. 꿈이 사라지는 이유
파란 병의 빛이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은호가 물었습니다.
“왜 이 꿈은 지금까지 배달되지 않았어요?”
모아가 대답했습니다.
“꿈은 문이 닫혀 있으면 들어갈 수 없단다.”
“무슨 문이요?”
모아는 은호의 가슴을 가리켰습니다.
“여기 있는 문.”
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가끔 꿈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반대일 때도 있어.”
“제가 꿈을 버렸다는 거예요?”
“버렸다기보다 너무 아파서 문을 잠가버린 거겠지.”
은호는 파란 병을 품에 안았습니다.
“다시 열 수 있을까요?”
모아가 웃었습니다.
“문이라는 건 원래 다시 열라고 있는 거란다.”
7. 처음 배달된 새로운 꿈
새벽이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모아는 달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제 자렴.”
“꿈을 꾸게 될까요?”
“그건 나도 몰라.”
“우체부인데도요?”
모아는 웃었습니다.
“우리는 꿈을 배달할 뿐이야. 어떤 꿈을 만들어낼지는 사람이 결정하거든.”
은호는 침대에 누웠습니다.
오랜만에 눈을 감는 것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잠이 들었습니다.
그날 은호는 형의 꿈을 꾸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이 작은 종이배를 타고 아주 넓은 강을 여행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강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무섭지 않았습니다.
8. 이름 없는 꿈을 위한 선반
달로 돌아온 모아는 우체국 한쪽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선반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선반 위에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아직 받을 준비가 되지 않은 꿈.’
그날부터 주소를 잃어버린 꿈이나 주인을 찾지 못한 꿈은 그곳에 보관되었습니다.
몇 년이 걸려도 괜찮았습니다.
십 년이 걸려도 괜찮았습니다.
꿈은 기다리는 데 익숙했으니까요.
어느 날 새로운 유리병 하나가 선반에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는 연두색 병이었습니다.
이름표는 없었습니다.
모아가 병을 귀에 가져갔습니다.
병 안에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요.”
모아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번에는 누구의 꿈일까?”
창밖에서는 지구가 조용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달의 우체국 시계가 새벽 세 시를 알렸습니다.
딸랑.
오늘도 꿈을 배달할 시간이었습니다.
– 끝 –
doriplus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